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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나고야 D3. 20130518


전날 시티투어 버스로 나고야의 대부분의 관광지를 둘러본 우리는 셋째날은 좀 여유롭게 둘러보는 시간을 갖고자 했다. 사실 더 이상 열을 올리며 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다만 나는 전날 같이 술 한잔 하던 동생이 주니치 드래곤즈 경기가 있으니 돔구장에 보러가자고 청한것을 동행을 이유로 거절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정말 가고 싶었지만, 혼자 온 것이 아니었으니.

아무튼 세째날 처음으로 향한 곳은 오스칸논. 숙소를 옮기는 일정이라 짐을 모두 둘러메고 향했다. 지하철 역 로커에 짐을 넣어두고 오스칸논으로 향했는데, 골동품 시장이 열리는 날짜랑 기가막히게 들어맞아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사실 골동품 시장이 아니었다면, 오스칸논 하나 만으로는 뭔가 싱거운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한 시간 정도 둘러보고 옆의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시장 초입에 있는 과자가게에 꽂혀 이것저것 먹어보고 회사사람들에게 주려고 엄청나게 사버렸다. 늘 여행지에 선물살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공항에서 똑같은 것을 살 수 있음에도 현지에서 사게 되는 것은 시장에서 직접 돈을 지불하고 상인과 대화하며 물건을 사는 경험때문일까. 아무튼 과자를 한짐 들고 돌아다니는데, 날씨도 무덥고 호텔 체크인 시간도 남아서 들어가 있을 곳을 둘러보다가 맥도날드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사실 맥도날드까지도 무지 많이 걸었었다.

밥을 먹고 나고야의 아키하바라라고 하는 오스아케이드에 갔다. 전자상가라는 느낌외에 별다르게 구경할 것도 없었고, CD가게 같은 곳에 들어가니 피규어를 비롯한 온갖 캐릭터 상품과 CD,DVD를 팔고 있었는데 나이가 제법 든 어르신 오타쿠(?)들도 계셔서 좀 놀랐다. 그리고 오락실에 들어가서 인형뽑기. 그나마 우리가 할 수 있는 게임이었고, 인형 두 개를 뽑았다.

 

체크인 시간에 맞춰 간 호텔 트러스티. 번화가인 사카에 한 복판에 있어서 조금 걱정했는데, 나중에 든 생각은 마지막 날의 숙소로는 최고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었다.

 

다만, 원베드 룸밖에 남지 않아 감수하기로 했는데, 카운터에서 원베드 괜찮겠냐구 물어서 괜히 민망하기도 했지만.. 어차피 밤새 술먹고 원베드를 쓴지는 오래전이었다; 이상한건 절대 아니고;

짐을 풀고 나오니 대학생들은 여전히 축제중.

오아시스21 위쪽의 유리로 된 부분에 올라갔다.

 

마지막날은 사카에 주변을 계속 방황(?)하면서 돌아다녔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닌 정말 예쁜 여자가 단 한명도 없다는 점과 남자애들 머리가 미스코리아들처럼 붕붕 떠있다는 사실. 술집에서 간단하게 술한잔 하고싶었지만 여전히 걱정 많으신 과장님 덕에 결국 백화점 지하에서 치킨과 비싼 케익을 사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씩을 샀다.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점은 단순히 정해진 코스의 유명한 곳을 둘러보는 순간들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 중간중간 아무 의미없는 공간에서의 잠시동안의 여유, 생각들이 오히려 나중엔 더 큰 의미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유명한 관광지 1,2,3을 둘러본다고 그 이전의 나와 그 이후의 나는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 잠깐 쉼표를 찍는 그 순간 나는 달라진다. 나고야 여행의 가장 아쉬운 점은 그런 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나고야 자체는 다른 곳에 비해 조용하고 잘 정비되어 있어서 좋은 조건의 여행지였지만, 그 과정을 그렇게 즐기지 못한 점이 무척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