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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군산여행 20140504


 

얼마전 아는 동생의 군산여행기를 보고 너무 좋아보이길래 연휴를 맞아 군산-전주 2박3일 여행을 다녀왔다. 엄청난 연휴였던걸 생각못하고 그동안 다녔던 쉬운 여행쯤으로 생각했지만.. 숙소를 알아보면서 이 여행이 그리 만만한 여행이..특히 타이밍이 그러하지 않았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다. 한치앞도 모르고 살 세상에 다들 어찌그리 일찍들 준비를 하시는지. 군산은 숙소가 없어 군산에서 내노라는 호텔이라는 리츠프라자호텔에서 묵었고, 전주는 그 많은 한옥마을의 게스트하우스..못해도 30~40군데 문의해보았으나 전혀 방을 구할수가 없어서 터미널 뒤편 모텔의 파티룸(?)을 군산 호텔과 같은 가격에 예약까지 하고 여행을 떠났다. 결론적으로 군산의 호텔은 굉장히 만족스러웠고, 전주에서 한옥마을에 묵지않은것은 천운이었다. 

 

엄청난 연휴임을 생각하지 못하고..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여 장장 6시간만에 군산 버스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중간 휴게소를 들르기도 살벌해서 임시 화장실 같은곳에 한번 세워주고는 군산에 거의 다왔을즈음에 휴게소에 들렀다. 터미널에서도 햄버거 사려고 지하로 내려갔다가 내가 전에 알고있던 곳은 모두 공사중이었고, 다시 1층으로 올라와 모스버거에 줄을 섰지만, 출발시간 10분 남았는데 포장에 20분이 걸린다고 하여 포기. 파리바게트에서는 코딱지만한 샌드위치 하나 사려고 하는데 계산줄만 15분.. 결국 다 포기하다시피 매점에서 전투적으로 핫바두개와 물 하나만을 사서 버스에 올랐다. 한끼도 못먹고 핫바로 연명하여 오후 4시가되어 도착했기 때문에 무척 배가 고팠다. 하지만 터미널에 내린것 만으로도 기분이 무척 좋아서 곧장 둘러보기로 하였다. 


 

먼저 간 곳은 <근대역사박물관> 군산의 대부분 볼거리가 이 근처에 몰려있어 우선 택시를 타고 이곳으로 향했다. 현재 '목포 오거리에서 문화를 보다'라는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나의 제2의 홈타운인 목포를 불과 일주일전에 다녀온 때문인지 더욱 친근했다. 다만 나는 목포문화원의 전시가 더 좋았고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의 전시는 다소 산만하여 집중할 수 없었다. 박물관이 아이들과 산만한 여행객들로 가득해서였거나 내 마음이 들떠있었기 때문인것 같았다. 바로 옆에있는 옛군산세관으로 향했다.

 

 

 

근대역사박물관 바로 옆에있는 <옛군산세관>. 현 군산세관도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서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일제시대 건축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건물이 낯설기도 하고 .. 안을 들여다보니 잘 정리되어 있었지만 내부로 들어가려면 별도의 절차가 필요한것 같았다. 배가 고팠기 때문에 길게 보지는 못하고 영화 <남자가 사랑할때>와 몇몇 TV프로그램에서 인상깊었던 빈해원을 찾았다. 사실 군산에서는 복성루가 가장 유명하다고 하고, 현지인은 다른 중국요리집을 즐겨찾는다고 했지만, 나는 빈해원의 식당내부 모습 그 자체가 보고싶었다. 맛은 아무 상관 없었다. 빈해원도 그리 멀지 않았다. 도란도란 얘기하다보면 어느새 가게가 눈앞에.

 

 

 

 

 

5시 직전이었던것 같은데, 다행히 우리까지는 주문을 할 수 있었고, 그 다음에 들어온 손님부터는 직원들의 식사시간 때문에 기다려야 했다. 어이없다는듯 불평하며 그냥 나가는 손님들도 있었지만, 가게 나름의 정책인데 왜 그렇게 못마땅해하는지 좀 이해할 수 없었다. 다섯시즈음 모든 직원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데 거의 이야기 없이 밥만 조용히 드셨다. 그래도 다 같이 둘러앉아 한꺼번에 식사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내가 시켰던 간짜장과 사천탕수육의 맛은.. 그리 크게 인상깊진 않았지만 가게 내부의 모습만으로도 빈해원을 찾은것에 전혀 후회가 없었다. 밥을 먹고 나와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군산을 여행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점은, 대부분의 둘러볼만한 곳이 모두 근처에 있어서 정말 골목돌면 나오는..정도랄까 다른 여행지에서 한곳 한곳 찾아가며 고생한던걸 생각하면 정말 좋았다. 이야기하면서 조금 걷다가 저기쯤 나올것 같은데라고 하면 정말 그쯤에 무언가 있었다. 빈해원에서 밥을 먹고 나와서 <8월의 크리스마스>에 나온 초원사진관과 예쁜 건물의 게스트하우스 '나비잠'.'고우당'(비록 이곳에서 묵지 못했지만 ㅠ)을 지나왔고 히로쓰가옥...에 다다랐을땐 시간이 정확히 6시 4분이었고 관리인이 내부에 계신 분들에게 관람시간 종료를 알리시며 문을 닫고 계셨다 ㅠ 히로쓰가옥은 다음날 다시 둘러볼 수 있었다. 날씨가 좋았는데 저녁즈음이 되니까 바람이 불고 몹시 추웠다.. 마냥 걷기가 힘들어서 고우당 바로 앞의 <청담찻집>에 들어갔다.

 

 

 

몸도 녹일겸 '쌍화차 두잔'을 시켰는데...모양새가 심상치 않았는데 쌍화차안에 견과류가 가득한건 좋았는데 쌍화차 맛이 너무 썼다 ㅠ 정말 참고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쓴맛..점원에게 '설탕좀주세요..'라고 하니까 '드시기 좀 쓰시죠..'라고 하셨다 괜히 죄송하기도 하고; 암튼 흑설탕을 잔뜩 넣어도 쓴맛은 그대로 나고 단맛도 났다 ㅠ 견과류만 잔뜩 건져먹고 몸을 녹인다음에 나왔다. 쌍화차가 원래 이런건데 내가 모르는건지 ㅠ 

 

 

 

 

국내에 있는 유일한 일본식 사찰이라는 <동국사>에 들렀다. 사찰 모양은 흡사 일본의 작은 신사같았고 내부에서는 동국사를 배경으로 일본의 참탈역사에 관한 사료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법당안에서 열린 전시회는 참 색달랐고, 머리가 살짝 아팠는데 향내음이 좋아 한참을 앉아있다가 나왔다. 건물 주변으로 빙 한바퀴를 돌았고, 배가 고파져서 초원사진관 바로 앞에 있었던 한일옥으로 향했다.

 

 

 

과연 쇠고기 무국이 얼마나 맛있을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던 <한일옥>. 이 무욱국 한그릇으로 그럴듯한 건물까지 새로 지었던데. 내가 배가 고파서였는지 참으로 맛있었다. 따끈한 국물에 밥을 말아 반찬으로 나온 김을 곁들여 먹으면 속도 뜨뜻하니..참 맛있었다. 맛있게 잘 먹고는 하루를 마무리 하며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도착했는데..호텔이 예상보다 너무 깔끔하고 내부가 잘 정돈되어있어 피로가 다 풀리는 느낌이었다. 창 밖으로는 호텔 앞에있는 <은파호수공원>의 '무지개다리'가 조명으로 빛나고 있었다. 저길 직접보러 가려면 제법 무서운 길을 걸어야 한다는데, 호텔 창밖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날 아침에 산책겸 걸었는데 산책로도 무척 잘 정돈되어있었다.

 

 

 

 

잘 자고 일어나서 전주로 넘어가기전에 다시 <히로쓰가옥>에 들렀다. 사람들이 무척 많아서 나무로된 바닥이 쉴새없이 삐그덕대느라 건물을 제대로 볼 여유가 없었다. 다음에 다시 오면 차근차근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터미널로 가기위해 길을 나섰다. 

 

 

 

전날 긴 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군산의 유명한 빵집 <이성당> 이날은 그 줄이 더욱 길었다. 버스를 타러가기전에 배가고파서 빵을 사기위해 이성당으로 갔다. 베스트셀러인 야채빵과 단팥빵을 제외한 빵은 줄을 서지 않아도 살 수 있어서 다른 빵들만 사서 나왔다. 그래도 계산은 한꺼번에 다시 줄을 서야 하므로 계산하는데도 시간이 제법걸렸다. 빵을사서 터미널로가서 15분마다 있는 전주행 표를 끊었는데 버스시간에 타러나갔더니 다들 줄을 길게 서 있고..무조건 선착순;; 결국 우리는 그 시간 버스를 못타고 15분 동안 줄을 서 있다가 다음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줄을 서야한다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참 비효율적인 시스템이었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분해하는 여자친구와 빵을 나눠먹으면서 다시 기분을 풀고 버스를 기다렸다. 전주 한옥마을에 워킹데드가 한가득일거라는건 생각도 못한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