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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신혼여행 D3. 카모메식당, 까페수오미(Cafe Suomi)


교회를 갔던 날 아침 cafe ursula가 있는 해변으로 산책을 했었다. 이른시간이라 까페는 문을 열지 않았고, 헬싱키에 도착해서 두번째 맞는 아침이었기 때문에 마냥 기분이 들떠있었다. 게다가 늘 상상속에 있던 그 핀란드의 바다가 눈앞에 보여 꽤 깊은 감상에 빠졌던 기억이 난다.

 

 

 

해변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을 빙빙 돌아가는 코스로 정했다. 예쁜 주택가가 있고, 어쩌면 신혼여행지를 핀란드로 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카모메 식당에 들르고 싶었다. (다만, 영업을 하는지는 확인을 못한 상태였다)

 

해변 근처에서 다시 중심부로 가기위한 길에는 예쁜 색의 집들이 줄지어 있었다. 러시아의 주택가와는사뭇 느낌이 달랐다.

 

 

 

제법 긴 거리를 대화를 나누며 걸었다. 이른시간 출근하는 사람들을 지나치며 우리는 참 많은 얘기를 했다. 답을 찾고자 떠난 신혼여행 이었으니, 그 답을 찾느라 두리번 거렸고. 이 곳 역시 사람들이 고민하면서 사는 곳이라는걸 눈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영화 <카모메 식당>속 주인공들은 이곳에서 답을 찾은것 같았는데, 도착한 곳은 '까페 수오미 (까페 핀란드)' 라는 까페로 운영되고 있었고, 내부 인테리어도 사뭇 달랐다. 그래도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다. 우리는 이날의 첫 손님이었다.

 

 

 

미트볼과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요즘 이케아를 갈때마다 줄기차게 먹는 바로 그 미트볼. 아마 맛도 비슷했던 것 같다. 북유럽 미트볼의 정점은 바로 저 베리잼이겠지. 음식의 맛은 크게 인상깊진 않았고, 우린 좀 많이 걸었던 탓에 조금 지쳐있었으며 우중충한 아침날씨와 영화와 많이 다른 카모메 식당에 조금 실망했었다.

 

사실 신혼여행지로 핀란드를 선택하는데는 영화 <카모메 식당>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여행을 오기 전 배우 카타기리 하이리가 <카모메 식당>을 찍으면서 쓴 에세이마저 읽었을 정도니까. 다만 실제 여행에 와서는 영화 그 자체보다는 핀란드라는 그리고 헬싱키라는 장소가 내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많이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찾는곳도 아니었고, 그리 쉽게 올 수 있는 여행지가 아니며 휴양지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린 이 여행에서 그리 인상에 남는 활동을 한 것이 없다. 그저 둘이서 묵묵히 늦은 가을의 시간을 보냈을 뿐이다. 그러면서 결혼이라는 형식적인 이벤트로 잠시나마 들떴던 우리를 조금은 다시 차분하게 하고자 했던것 같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서 살 것인가. 여전히 헤매는 중이지만 저 여행이 우리를 조금은 차분하게 만들어 주었던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신혼여행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우리다운 신혼여행이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결혼을 한지 꼭 3년을 채웠으며, 아들이 한명 생겼다. 신혼여행에서 10년뒤에 헬싱키에 다시 오자고 약속했었는데,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헬싱키에서 또 무엇을 찾으려 하게될까. 헬싱키엔 답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