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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오카 D1. 캐널시티 (20150716)


정말 무더운 여름이었다. 후쿠오카는 서울에 비해 더욱 습하고 덥다고 했지만, 어쨌든 홍대나 이태원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싶지는 않아서 후쿠오카로 갔다. 개인적인 일로 좀 지쳐있기도해서 꼭 가고싶었다. 결과적으로는 태풍 덕분에(?) 잘 다녀올 수 있었다.

 

아침 7시 비행기라서 늘 출근하는 시간에 일어나서 준비를 했다. 공항에서 만나서 수속을 하고 탑승동으로 가는데, 더웠다. 서울이 이 정도라면 후쿠오카는 더 더울테니 걱정이었다. 그리고 나는 탑승동에 가면 늘 이유없는 여유를 부리는데, 여자친구는 불안해서 서둘러 탑승을 하고 싶어 한다.

 

후쿠오카에 도착했는데, 국제선 터미널이 이렇게 작은줄 몰랐다. 터미널 앞에 내려줘서 걸어서 들어갔다.

 

국제선에서 국내선으로 가는 버스를 탔고, 국내선에서는 바로 전철을 탔다. 하카타 역에 내려서 '미뇽크로상'에 들렀고, 근처의 '우에시마 커피'에 흑당커피를 마시러 갔다. 사실 하카타역 전체가 크로아상의 좋은 향기로 가득해서 꼭 먹어보고 싶었고 적당한 맛이었다. 그리고 우에시마의 흑당커피는 완전 꿀맛이었다. 날씨탓인지 내가 특히 좋아하는 흑설탕의 맛이 너무 좋았다.

 


저 브론즈 커피잔을 정말 사고싶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만지작 거리다 그냥 나왔다. 두번째 세번째 후쿠오카에 가서도 결국은 저 커피잔을 못(안)샀다. (결국 다른데서 파는 예쁜 브론즈잔을 샀지만) 커피를 다 마신 뒤 전철을 타고 텐진역에 있는 '키스이마루'의 '키스이동'을 먹기위해 이동했다. 대기줄이 길면 어쩌나 생각했는데 오픈시간 직전 도착했음에도 우리가 1등. 하지만 지나고 보니 이런 걱정과 서두름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저 흔한 식당과 메뉴였는데 호들갑을 떨었던것 같다.

 

 

호텔 체크인 시간이 한참이나 남았었지만 짐을 풀고 좀 씻고 싶어서 무작정 호텔로 향했다. 호텔은 텐진역에서도 멀지 않아서 걸어가기로 했다. 나는 여행을 할때 트렁크를 끌고 다니는걸 좋아하지 않아서, 늘 백팩을 추구하지만 여자친구는 입장이 다르다. 그래서 나는 백팩을 메고 여자친구는 캐리어를 끌었다. 중앙공원을 통해 나카스 강변에 다다르자 호텔이 보였다. 이때 명란으로 유명한 멘타이쥬 바로 옆을 지나갔는데, 당시에는 그게 멘타이쥬인줄 몰랐다. 1년전쯤 잡지에 소개된 멘타이쥬의 사진한장에 매료되어서 꼭 가보고싶었던 곳이었다. 그렇게 멘타이쥬 건물을 지나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이 가능하냐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라구 해서 기분이 좋았다. 호텔에 들어가서 짐을 풀고 시원하게 씻고 낮잠도 조금 잤다.

 

 

자고 일어나니 몸이 좀 편안해졌고, 쿠시다신사와 캐널시티를 가려고 밖으로 나왔다. 두 곳이 모두 근처에 있어서 금방 찾을 줄 알았는데, 호텔 입구에서 집어든 지도를 보고 찾아가기는 좀 어려웠다. 근처에 계시는 경비원 아저씨께 쿠시다 신사가 어디냐고 여쭤보고, 이미 지나온 길을 거슬러 올라가 겨우 찾아갔다. 전날 이 신사에서 큰 축제를 했었다는데 크게 아쉽진 않았고, 다른 신사와 크게 다른점은 못느꼈다. 비가 부슬부슬 내렸고, 중간에 한국의 부동산에서 새로나온 매물을 설명하려고 전화를 주셔 신사는 큰 감흥없이 둘러보고 나왔다.

 

 

신사에서 나와 캐널시티로 향했다. 나는 평소에 쇼핑을 잘 안하지만 해외에 나가면 더욱 안하는 편이라 큰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캐널시티가 쇼핑의 개미지옥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 들어선 후 태어나서 가장 오랜시간 쇼핑에 몰입했다. 어쩜 그리 사고싶은게 많던지. 그중에서도 최고는 무인양품이었다. 평소에도 정말 좋아하는 브랜드지만 캐널시티 무인양품은 정말 작정하고...하...개미지옥. 도저히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그곳에 진열된 모든 상품 한번씩 다 들어본것 같다. 특히나 가전제품이 너무 탐이났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냉장고. 정말 이렇게 예쁜 냉장고가 세상에 있었던가. 수입을 어떻게 해야하나, 전압 문제는 어떻게 하나, 진지하게 둘이서 고민하고 토론하다가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냥 나왔다.

 

 

무지까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었지만, 너무 시간을 많이 보낸뒤였고 너무 배가 고파서 식사를 하러 가기로 했다. 점심과 저녁사이의 애매한 시간대였다. 따로 정해놓은 가게도 없어서 고민하다가 '이치란라멘'에 가기로 했다. 호텔 바로 앞에 본점이 있어서 거길갈까 했었는데 배가 너무 고파서 곧장 지하로 내려갔다. 자판기에서 라멘을 주문하고 앉았다. 1인 테이블로 벽을 보고 식사를 하는데 나란히 앉아서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먹었다. 칸막이를 접을 수 있던거 같은데 굳이 접지않고 칸막이 너머로 대화를 하면서 그렇게 각자의 식사를 했다. 신촌에도 같은곳이 있었는데 같은 브랜드였던것 같다. 라멘은 맛이 있었지만 간이 조금 짜게 느껴졌다. 평소에 음식을 짜게 먹는 편인 내가 느끼기에도 많이 짜서 남기게 되었다. 다만 얼굴은 보이지 않는 점원은 굉장히 친절했다. 

 

 

숙소로 돌아와서 쇼핑한 것들을 정리하고 씻은 다음에, 저녁을 먹으러(또먹음;)나왔다. 조금 늦은 시간이었지만, 멘타이쥬 영업시간이 자정까지였고, 호텔에서 1분거리였다. 예상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조금 당황했고, 너무나 친절한 서비스에 놀랐다. 영어메뉴를 줬는데 조금 이해하기 힘든 메뉴가 있어서 물어봤는데 직원은 영어를 못하고, 그냥 멘타이쥬와 츠케멘과 지유지로(이게 뭔지 서로 소통할수가 없었다)가 있는 세트를 먹었다. 명란은 정말 짰다. 맛있었지만 짰다. 그동안의 기대가 좀 무너졌지만, 너무 짜서 참고 먹을수도 없었다. 츠케멘도 짜고, 지유지로도 짜고, 다 짠맛이었다. 건물외관이 멋있다는 점과 분위기가 고급 레스토랑 처럼 좋았다는 점, 서비스가 무척 좋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짠맛만 남았다. 그리고 식사 후 나오는길에 여자친구가 비가 내린 바닥에 미끄러져서 크게 다칠뻔했다. 배웅하던 직원도 깜짝 놀라서 와서 부축을 했다. 웃기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해서 괜찮다고만 계속 얘기하고 황급히 빠져나왔다.

 

 

그렇게 멘타이쥬를 나와서 나카스 강변을 따라 걷다가 '야타이'를 한번 가봐야 하지 않겠냐며, 간단히 생맥주나 한잔하려고 야타이를 찾아갔는데 날씨가 궃어서 찾을수가 없었다. 호텔보다 한참 아래쪽으로 가니까 포장마차가 쭉 늘어서 있기는 했는데, 선뜻 들어가기가 망설여져서 그냥 지나가면서 구경만 했다. 돌아오는길에 길을 잘못들어서 유흥가로 길을 잘못 들어섰는데, 여자친구랑 함께 걸으려니 무척 민망했다. 차라리 돌아나갈걸 괜히 그길로 계속 걷느라 힘들었다. 숙소 근처엔 돈키호테가 있어서 자정무렵 들어갔는데, 여기도 개미지옥. 서로 지쳐서 말도 잘 못하는 상태였는데도, 정말 많이 돌아보고 또 뭔가를 사느라 체력이 방전되었다. 숙소로 들어와서는 다시 씻고, 정말 손가락 까딱할 힘도 없어서 바로 잠들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