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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신혼여행 D1. 인천-프랑크푸르트-헬싱키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고 서울 집에 도착하니 밤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원래는 미리 싸지 못한 여행 짐을 싸기로 했는데, 정말 지쳐버려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쓰러져 잠들었다. 다행히 다음날 오후 비행기라 오전에 일찍 일어나 짐을 싸는게 가능했다.

 

캐리어는 싫다는 나를 설득해 너는 각자 하나의 캐리어를 들자고 했고, 지나서 생각해보면 베낭을 메고 신혼여행을 가겠다던 내 생각보다는 그 편이 나았던것 같다.

 

전날 따로 받았던 축의금 뭉텅이를 집에 두기가 불안해 공항까지 들고가서 주변 눈치보면서 ATM기기를 이용해 입금을 하고, 끼니를 챙길 여유도 없이 부랴부랴 수속을 하러 들어갔다. 라운지에서 라면 하나 먹을 시간이 겨우 나서 잠깐의 여유를 즐기고 비행기에 올랐지.

 



비행기 안에선 그동안 못잔 잠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듯 미친듯이 잤고, 밥이라도 차려줘야 겨우 눈을 뜨며 프랑크푸르트에 도착을 했지. 촌스럽게도 공항에서 일하지만 10시간이 넘는 비행이 처음인 나와는 달리 너는 무척 자연스럽게 행동하는게 멋지고 근사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헬싱키로가는 연결편을 타기위해 두시간여 구경도하고, 비행편을 따로 구입한걸 연결한 바람에 혹시나 우리의 짐이 연결편으로 전달이 안될까봐 찾아간 카운터에서는 인도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너무나 간단하게 잘 처리되었다고 얘기해서 불안한 마음에 잠시 뒤 다른 카운터에 가서 전산으로 확인요청을 한 뒤 마음을 놓고 커피라도 한 잔 할 수 있었다.

 

타고온 국적기와 달리 헬싱키로 가는 비행기는 좀 작고 스튜어드들이 가득한 점이 낯설었다. 너는 여지없이 또 잠이들었고 서너시간 동안의 비행에 나는 영화를 보면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등받이가 편치않아 조절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비명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아무도 앉지않았던 내 뒷자리 선반에 그 옆자리 여자가 주스를 올려놓았는데 내가 건드리는 통에 그게 쏟아진 모양이었다. 나는 연신 미안하다고 하며 티슈로 가방에 쏟아진 쥬스를 닦았고 그 여자는 계속 괜찮다면서 오히려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렇게 수습하고 30분 남은 비행이 너무 창피해 얼굴이 화끈거렸는데, 착륙후에 내리면서 얘기를 나누게 되었고 그렇게 맺은 인연으로 헬싱키에 있는 내내 도움을 받고 같이 식사도 하는 사이가 되었지. 캐롤라인이라는 그 독일 사람은 헬싱키에 있는 대학에 다니고 있었고, 우리가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셔틀타는 것을 가르쳐주며 함께 시내로 나왔고 헬싱키 중앙역에 내려서는 우리 숙소로 가는 방향을 알려주었다. 메일주소를 주고받아 나중에 서로 연락을 했었지.




중앙역에 있는 셔틀 정류장에 내린 헬싱키는 자정이 넘는 시간이라 아무도 없는 컴컴한 도심이었고, 아직 날씨가 좋았던 한국에 비해선 꽤 쌀쌀한 날씨였다. 가장 먼저 본 건 정말 큰 '갈매기'가 마치 우리나라 도심의 비둘기처럼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그게 참 신기하고 낯설었다. 컴컴하고 낯선 거리를 덜컹거리는 캐리어를 끌고 동양인 둘이 돌아다니려니 참 피곤하기도 하고 겁도 났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역 근처 호텔로 숙소를 정할것을..괜히 둘이 현지 사람의 집에서 지내보자고 Airbnb를 사용해서 이 고생인가 싶기도 했다.

 

정말 숙소 근처에 다와서는 골목을 두어번 빙빙 돌면서 헤매다가 겨우 건물을 찾았는데 그나마도 입구로는 못들어가고 뒤뜰로 들어가 주인이 알려준 방법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새벽 1시가 넘어 숙소에 들어왔는데.. 홈페이지에서 보던 그대로의 숙소 모습도 너무 좋았고, 낯선 공간에 있다는 설렘과 이제는 연인이 아닌 부부로 함께 있다는 뿌듯함이 교차했다. 바로 잠이 들줄 알았는데 숙소 여기저기를 다 둘러보고 짐도 정리를 하고 새벽 늦게야 잠이 들었다.



 

 

두 부부가 살고있다는 필립의 집은 헬싱키 디자인 스트리트에 위치해 있었고, 그 모습을 흉내내고 싶을 정도로 정말 너무나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직접 필립을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메세지를 주고 받으면서 느낀 그의 친절함에 고마웠고..덕분에 헬싱키에 있는 내내 꿈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