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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신혼여행 D2. 헬싱키 대성당




 

 

새벽에 풀던 짐을 모두 내팽겨치고 쓰러지듯 잠들었지만 특유의 기질로 아침일찍 잠에서 깼다. 해가 든 집은 밤에 보았던 것보다 더 예쁘고 근사했다. 집을 조금 둘러보고는 무작정 산책을 나섰다. 어젯밤에 그렇게 무서웠던 골목들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밖으로 나와 무작정 바다방향으로 걷기 시작한지 5분만에 항구에 도착했다. 사실 길을 조금 헤매느라 뒷골목의 공사현장도 지나왔는데 그것도 살짝 겁이났다. 코너를 돌아 탁 트인 공간에 들어서니 헬싱키에서 처음 본 바다였고 아직 채 깨어나지 않은 헬싱키의 푸른빛(정말 도시 전체가 푸른빛이었다)이 펼쳐졌다. 여행의 첫 시작이어서인지 더욱 설레는 풍경이었고, 씻지도 않은채 부스스한 모습으로 한참을 걸어다녔다.

 

 

 

항구에서는 에스토니아와 스웨덴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는것 같았다. 짧은 일정탓에 그곳들은 일정에 넣지 못했고 다음에 꼭 가보기로. 항구에는 새벽녘에 보았던 갈매기들이 잔뜩 몰려있었고 먹이를 주지 말라는 표지판도 눈에 띄었다.  Old Market Hall도 보였는데 아직 이른시간이라 들르지 않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동네 마켓에서 아침거리를 조금 샀다. 

 

 

 

창틀에 다녀온 여행지의 돌을 모아둔 필립. 나 역시 여행지마다 돌을 하나씩 들고오는 습관이 있어 신기했다. 나는 돌에 글씨가 잘 쓰여지지않아 뒤죽박죽인데 필립은 테잎을 붙이고 거기에 기록을 남겨두었다. 참고할 사항.

 

 

필립의 책상엔 디자인 관련 책들이 굉장히 많이 있었다. 핀란드의 정신적 지주인듯한 '알바알토'의 책도 많았구. 역시나 알바알토의 가장 유명한 의자도 방에 여러개 있었다. 뚜레주르빵은...한국에서 미처 먹지못하고 들고간.

 

 

대충 아침을 챙겨먹고 본격적으로 여행에 나서기로 하는 비장한 모습.

 

 

집 현관문엔 부인의 이름이 쓰여있다.

 



건물 1층 복도. 내내 어둡고 조용했다.









헬싱키의 랜드마크 1번. 헬싱키 대성당까지 걸었다. 헬싱키 전체가 걸어서 다니는데 충분해서 굳이 교통수단을 이용할 경우가 별로 없었다. 아라비아 아울렛을 다녀올때 트램을 한번 탔던걸 제외하면 전부 걸었고, 그 편이 오히려 더 좋았다.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눈이 부셨다. 선글라스를 하나 살껄..하며 성당을 올려다보았다. 성당은 사진에서 보던 딱 그 흰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여행을 오기전에는 아마 이 성당앞에 서면 내가 헬싱키에 온걸 실감할것 같다고 상상했는데, 사실 그정도의 울림은 없었다. 오히려 그런 감동은 성당 안쪽에 있었다.







성당 계단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각자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고, 우리는 그 계단을 올라 성당 내부로 들어갔다. 아주 조용한 성당내부에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연습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몇몇의 관광객은 그 광경을 살펴보다가 밖으로 나갔고, 우리는 살그머니 의자에 앉았다. 의자가..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문처럼 생긴 구조여서 신기했다. 의자에 앉아 한참을 넋을 놓고 있었더니, 그 오케스트라가 연습을 시작했다. 아주 고운 음색으로 연습하는 그들 덕분에 우리가 앉아있는 성당은 마치 공연장이 된것 같았고, 의외의 좋은시간을 보내며 기분이 무척 좋아졌었다.


성당에서 나오자 다시 눈부신 햇살이. 다만 오후 서너시가 되면 사라진다.

 

헬싱키 대성당에서 나와서 우스펜스키성당을 향해 해안쪽으로 걷다가 횡단보도가 나왔는데 아내가 이거 마치 비틀즈의 그 횡단보도 같다며, 서로 사진을 연신 찍어댔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