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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신혼여행 D3. 헬싱키 Temppeliaukio Church (암석교회) / Kamppi Chapel (방주교회)




Cafe Ekberg에서 나와 암석교회로 가기위해 kamppi 역으로 향했다. 찬바람이 몹시 심하게 부는 날이라서 둘다 코가 빨개지도록 추웠는데, 가로수에 놓여진 꽃은 마치 봄날처럼 색이 참 고왔다.



kamppi 역은 멀지 않아 금새 찾아갔는데, 도통 트램 타는 방법을 모르겠어서 헤맸다. 표를 끊으라고 써있었는지, 잔돈을 내라고 써있었는지 기억은 나질 않지만, 표를 끊는곳을 못찾고 잔돈도 별로 없어서 마냥 트램을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가 쓴 글에서 헬싱키의 트램은 표검사(?)를 거의 하지 않으니, 현지 사람들도 그냥 타고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겁이나서 그럴 엄두는 못내고 일단 탑승 후 승무원에게 물어보자고 했다. 기다리던 차는 참 더디게 왔고 매서운 바람에 추위에 덜덜 떨었었다.

 

기다리던 트램이 와서 탔는데, 막상 승무원이 너무 멀리있었다. 맨 앞칸 까지 가려니 사람들이 가득차 있어서..뭐 어쨌든 그냥 조용히 뒤칸에서 숨죽이고 타고 있었다. 행여 중간에 누군가 표검사를 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 했다. 이런 어글리 코리안. 

 

다행히 적발(?)되지 않고 정류장에 무사히 내렸다. 날씨가 추워서였는지 늦은 시간탓인지, 정류장에 달랑 우리 둘이 내렸다. 하지만, 방향을 잃고 교회 정반대의 방향으로 걸어갔는데 무슨 큰 학교가 있는것 같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Aalto University School of Business라고 하는데, 동네 전체가 떨어진 샛노란 은행잎으로 뒤덮여 있어서 현실같지 않은 풍경이 무척 인상깊었다. 푹신푹신 은행잎을 밟으며 한참 걷다가, 방향이 틀렸다는걸 깨닫고 다시 정류장 근처로 와서 오르막길을 올랐다.

 

정말, 날씨탓인지, 시간탓인지 쓸쓸한 느낌의 오르막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약국이 하나 있었는데 정말 우리네 약국과는 다른 동네슈퍼같은 모습에 신기해했다. 5분정도 걸어올라가자 암석교회가 나왔는데, 기대가 너무 컸을까..뭔가 마음을 흔드는 아우라는 없었다. 다만 그 발상이 너무 멋지다는건 인정. 













교회에서 1유로를 주고 물 한병을 샀다. 한글로 성경 구절이 적힌 쪽지도 하나 집어들었구, 벽 한켠에 마련된 초에 불도 붙였다. 2층에도 좌석이 마련되어 있어 거기 앉아서 한참 구경을 했다. 그리고 나가면서 화장실에 들렀는데, 1유로. 





암석교회의 지붕(?)에도 올라봤다. 정말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교회를 보러오지 않았다. 날씨가 좋고 한낮에는 사람이 많다고들 한다. 정류장에 다시 내려가서 트램을 기다리는데 여전히 날씨는 추웠고, 트램은 오지 않았다. 시간이 오후 4시44분인데.. 해가 저물고 있었다.





트램이 와서 올라탔고, 이번에는 다분히 고의적으로 무임승차. 정말 여행가서 민폐끼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조심하지만, 이때는 여지없는 어글리 코리안. 춥고, 배고프고 지쳤는데 트램 요금지불 방법을 이해하지 못한 신혼부부였다. 반성합니다.





다시 Kamppi 역으로.


Kamppi 역에 내려 광장에 있던 방주교회(Kamppi Chapel)에 들어갔다. 침묵의 교회라고도 한다는데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역으로 넘어온 시간이 저녁먹기엔 약간 이른 시간이라 들어가 보기로 했다. 겉에서 본 모습도 멋있었는데, 노아의 방주를 본따 만들었다는것에 감탄.

 




 





 

큰 기대를 갖고 들어간건 아니었지만, 이번 여행에서 인상 깊은 순간을 꼽으라면 꼭 이 교회 안에 앉아있던 20분을 꼽을 것이다. 교회 안쪽에는 아무것도 없다. 오로지 빈벽만이 있을 뿐. 그리고 정말 놀라울정도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광장 한복판에 있는 교회라서 들어가기 전까지 시끌벅적 한데, 막상 실내로 들어가면 정말 고요함 그 자체다. 가만히 앉아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스스로와 대화가 시작된다. 교회를 다녀본적은 없지만, 이 교회야 말로 신과 내가 온전히 마주할 수 있음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아내와 나는 아무런 말이나 행동없이 20분을 앉아있었다. 마음이 깨끗해 지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