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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오모리(靑森) 20160401 ~ 0403


아오모리를 여행지로 정했던 이유는 두가지였다. 첫째는 둘 다 조용하고 한적한 일본의 도시를 가고자 했고, 둘째는 일본에서 벚꽃을 보고 싶었는데 후쿠오카나 오사카는 이미 꽃이 만개하여 지나가고 있었고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이라 꺼려졌다. 그래서 훗카이도 바로 아래쪽이라서 아직 벚꽃이 피지 않았고 관광객이 많지 않을 이름마저도 푸른숲(靑森)이라는 아오모리에 매료되었다. '아오리'라는 사과품종 덕분에 조금 귀에 익은 곳이었는데 정말 그 사과의 고장인지는 확인하지 못하고 다녀왔다. 다녀와서 알아보니 정말 그 '아오리'의 '아오모리'였다. 도시는 온통 사과로 도배되어 있었고 조용하고 여유로워서 만족스러웠다. 다만 조금 심심하고 아직 벚꽃은 필 생각도 하지 않았다는게 아쉬웠다.

 

 

공항에 도착 후 아오모리역으로 가는 기차를 탔고, 아오모리 역 바로 앞의 호텔에서 짐을 풀었다. 먼저 들른곳은 아오모리 어시장(魚市場)이었다. 시장의 특이한 점은 입구에서 현금을 쿠폰을 바꾼뒤 상점마다 먹고 싶은 덮밥재료를 사서 정해진 곳에서 먹으면 되는 방식이었다. 요즘 우리 전통시장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인데 당시에는 무척 신기했었다. 사진에 보이는 어시장에 가기위해 아내가 먼저 후다닥 길을 건너버렸는데, 나는 횡단보도가 아니어서 건너가는 아내를 물끄러미 보고있었다. 평소같으면 같이 건너버렸을텐데 괜히 놀리고 싶은 마음에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왜 그랬냐는 제스처를 보였더니 잠깐 시무룩해 있었다. 우리 외국나가면 너무 어글리 코리안인가 ㅋ

 

 

제법 시간을 들여 갖은 재료를 샀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먹을때는 다 비슷한 바다의(?) 맛이었다. 하지만 쿠폰을 드리고 물건을 받는 재미는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시장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아오모리 현립미술관으로 갔다. 탁 트인 풍경과 흰색의 단정한 미술관 건물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아오모리와 무척 어울리는 모습이었고, 아오모리 전체가 그랬지만 이 미술관 근처에는 더더욱 인적이 드물었다. 하얗고 조용한 모습이 훗카이도의 오타루와 닮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조용한 외관과 달리 미술관 안에는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들이 빼곡했는데, 그것만으로도 미술관에서의 시간들이 의미가 있었다. 사진으로 찍을 수 있는것은 저 강아지 밖에 없어서 그 앞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날씨도 춥고 외진곳에 있어 낙엽이 굴러다녀 쓸쓸함이 느껴질 정도였지만 둘이 다니는 그 어느곳인들 즐겁지 않을리가 없었다.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 외 몇몇 전시들이 있었던것 같은데 크게 인상깊지는 않았다. 그저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정말 마음이 편안했다. 기념품점에서 엽서 몇개를 사고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미술관 앞에서 아오모리 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이 사진이 정말 마음에 든다.

 

다시 역 근처로 오니 해가 저물어 첫날 일정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는데, 숙소근처 항구에 A-FACTORY라는 상점이 있었다. 아오모리의 특산품이 모두 모여있는 곳이었는데 대부분 사과관련 상품이었다. 여행기간 동안 두번정도 들러보았고 맘에 드는 상품은 더러 샀다. 시드르라고 쓰인 사과주는 무척 맛있게 마셨고, 캔 디자인이 예뻐서 구입한 사과통조림은 여전히 보관중이다. 뜯지말고 계속 보관하다가 버리자고 했다. 2층에는 다양한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식당도 있었는데 마실까 하여 올라갔다가 시스템이 너무 번거로워서 그냥 포기하고 내려왔다. 첫날의 이 조용함과 차분함은 여행 마지막날까지 이어졌다.

 

아오모리 여행에 대해서는 더 자세히 쓸 내용은 없다. 히로사키 성을 보기위해 기차를 타고 가던길이 무척 고요하고 정겨웠던것에 비해 히로사키 성은 천수각을 제외하고는 (그마저도 공사를 위해 접근이 불가능한) 휑한 터만 덩그러니 있었던 점이 우리의 기분을 더 차분하게 만들어 주었다. 다만 성 입구에 있는 스타벅스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 Apricot 음료 (살구라는 단어가 Apricot 이라는걸 그때 알게되어서 한참 그에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지금도 우린 살구를 부를때 굳이 Apricot이라고 부른다)를 사이에 두고 한참을 도란도란 이야기했다. 게다가 원래의 아오모리 여행 목적인 늦은 벚꽃이 성벽을 따라 조금 피어있었다. 맑은 날씨에 터지기 시작한 벚꽃을 바라보며 Apricot 음료를 마시다니. (이게 무슨 해괴한 묘사인지;)

 

그렇게 히로카시 성 구경을 끝내고 아오모리로 돌아와서는 기차에서 인상깊은 경험을 했다. 기차가 무슨 문제인지 신아오모리 역에서 멈췄고, 모든 승객을 하차하도록 했다. 승객을 일사분란한게 역 밖으로 이동시키고 동행별로 택시를 태워서 아오모리 역으로 가도록 안내했다. 이 과정이 너무나 신속하고 친절하게 이뤄져서 그 누구도 말한마디 하지 않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역에는 근처에 있던 택시가 모두 불려와 줄지어 있었고 직원은 친절하게 동선을 안내했다.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