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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신혼여행 D4.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미술관


 

기차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하고, 플랫폼에 발을 딛었을때 '내가 러시아에 왔구나'라는게 좀 감격스러웠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꼭 들러보고 싶었다. 다만, 여기저기서 줏어들은 선입견으로 잔뜩 겁을 먹어 움츠러 들어 있었다. 모든게 쓸데없는 걱정이었지만 조심하는건 나쁘지 않을것 같다. 

기차역에서 에르미타주 미술관이 있는 곳으로 가기위해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지하철 토큰(?)을 구입해야 했는데 구간에 상관없이 요금이 토큰 하나였던것 같다. 그래서 토큰 구입 창구에 돈을 주고 두개를 구입했다. 

 



러시아 지하철은 플래폼까지 내려가는 깊이로 유명했는데, 실제로 에스컬레이터를 타보니 엄청난 깊이였다. 한참을 내려가고 내려가고 또 가야 겨우 지하철을 탈 수 있었다. 아래에서 다시 위를 쳐다봐도 아찔한 높이였다.

 



지하철 역이 지나치게 고급스러웠다. 지하철 역에서 밖으로 나오자 정말 여기가 러시아구나 다시 한 번 실감했고, 에르미타주까지 길을 잃을까 걱정되어 구글맵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면서 걸어갔다. 점심때가 되어 배가 좀 고팠는데, 근처에 식당을 잘 몰라서 눈에 띄는 맥도날드에 들어갔다. 햄버거 세트 하나를 둘이 나눠먹고 다시 에르미타주를 향해 출발.


맥도날드에서 멀지 않은곳에 에르미타주가 있었다. 골목을 찾아 굽이굽이 돌다가 입구에 딱 들어서면 절로 "와~"라는 감탄이 나왔다. 넓은 광장에 미술관으로 쓰이는 예쁜 민트색의 궁 건물이 보이고 광장 중앙에는 높은 탑이 세워져 있었다. 다만, 10월 말 러시아의 날씨는 꽤 추웠다. 둘 다 코가 새빨개져서 사진을 찍느라 혼이 났다.

 



민트색과 금빛으로 이뤄져있는 건물이 정말 독특하고 멋졌다. 러시아 황실을 상징하는 조각들이 새겨져 있었다.
 



문제의 에르미타주 입장권.

 

에르미타주 입장권은 인터넷으로 예매가 가능한데, 외국인 사이트로 들어가서 예매하면 요금이 더 비싸다. 게다가 예매하는 내내 좀 오류가 생겨서 애를 먹었었다. 직접 이메일도 보내고 회신받은 내용으로 진행해보고 했지만. 결론적으로 에르미타주 사이트에서 러시아어로 된 페이지에서 예매를 하면 된다. 대강의 메뉴들을 눈치껏 보거나 구글 번역을 통해서 해결했던것 같다. 

 

또 한가지 문제는.

러시아에 딱 1박2일 밖에 있어보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아주 친절하지는 않다. 물론 친절한 사람들이 더 많았던것 같지만, 불친절한 사람들이 더 기억에 많이 남는다. 에르미타주 건물에 들어설때 회전문을 도는데 뒤에서 어느 러시아 아줌마가 너무 힘껏밀어서 우리 부부는 거의 넘어질뻔 했었고, 에르미타주 예매문서를 갖고 데스크에 갔더니 엄청 짜증을 내면서 설명을 해줬다. 단순히 다른 데스크에 가서 줄을 서라고 하는 설명인데. (당일 발급에 대한 안내가 인터넷에 많은 것 같은데 그냥 예매하는게 편한것 같음)



입장권 뒷면에는 에르미타주 건물이 프린트 되어 있다. 그리고 입장전에 모두들 짐을 맡기는 라운지에 가는것이 필수다. 외투와 짐을 들고 입장이 안되도록 되어있던것 같지만, 그게 가능하더라도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에 아마 중간에 지쳐서 짐을 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들 반지하(?)에 있는 라운지에 가서 옷과 짐을 맡기고 번호표를 받는다. 그리고 오디오 가이드도 대여하고. 

 


 



미술에 문외한인 나는 에르미타주의 건물이 가장 인상에 남았다. 웅장하고 화려했다. 모든 홀이 각각의 특징을 갖고 꾸며져 있었다. 이런곳이 미술관이라니. 둘 다 건물을 올려다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도시를 흐르는 네바강. 배를 타고 나가보고 싶었지만 너무 추웠다.
 



 






 


 








 


 

전시된 미술품보다는 건물에 매료되어 정신없이 걸었다. 게다가 그 엄청난 규모에 마지막에는 지쳐버려서 더이상 보고 싶지가 않았다. 4시간~5시간 정도 관람을 한 것 같은데, 정작 기억에 남는 작품은 별로 없다. 미술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틀동안, 아니라면 2시간 정도만 보고 돌아가면 될 것 같다.

 

 

한낮의 상트페테르부르크.